사이언스조선의학·건강[인터뷰] “원리부터 치료약까지 개발, 노벨상 받겠다” 리더연구 연속 선정된 류마티스 1인자김완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임상의사 최초로 창의연구 이어 리더연구까지자가면역질환 유전자 발견…치료 후보 약물도“임상의사 위한 기초의과학 연구비 지원 늘려야”이종현 기자입력 2024.10.28. 12:15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7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지원하는 기초연구사업 중 최고 수준 연구자를 지원하는 ‘글로벌 리더연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리더연구자로 선정된 연구자는 9명이었다. 이 중에서도 김완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류마티스내과)의 이름이 연구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김 교수는 2015년 임상의사로는 최초로 ‘창의연구단(지금의 리더연구)’ 책임자로 선정돼 9년 동안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원인을 연구했다. 9년에 걸친 첫 번째 리더연구가 마무리되고, 또 다시 9년 동안 새로운 리더연구를 이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리더연구는 보통 한 명의 연구자가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든 연구사업이다. 리더연구를 두 번씩 하는 연구자는 모든 분야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연구재단은 설명했다.
어떻게 임상의사가 연구에만 올인해도 힘들다는 리더연구에 두 번이나 선정됐을까.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김 교수를 직접 만나 물었다. 김 교수는 “매주 200명 정도 환자를 보고 있다”며 “임상의사로서 환자를 봐야 하지만 연구에도 개인 시간의 50% 이상은 늘 할애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런 노력 덕분에 리더연구를 두 번이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도 김 교수는 밀려드는 환자들을 보다 짬을 내서 인터뷰를 했다.
–리더연구에 두 번째로 선정됐다. 첫 번째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은 건가.
“2015년부터 시작한 연구를 통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치료 표적과 바이오마커(생체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를 다섯 개 찾았다. 그중 하나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포함해 면역세포가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는 모든 형태의 자가면역질환을 설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았다. 루푸스나 쇼그렌 증후군, 피부 경화증 등 100여 가지에 달하는 자가면역질환이 왜 생기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세포를 찾았고, 그걸 우리 연구실에서는 ‘키메라(여러 종류의 세포가 모인 형태) 림프구’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번에 두 번째 리더연구의 제목이 ‘자가면역성 관절염에서 키메라 림프구의 특성과 기능연구’다. 앞선 9년의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가지고 이제 자가면역질환 전체를 설명하고 치료할 수 있는 마스터(핵심) 키를 찾은 것이다.”
김완욱 교수는 자가면역성 류마티스 관절염 연구의 국내 1인자로 불린다. 특히 김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치료법을 찾아냈다. 과거 면역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하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는데, 김 교수는 관절 보호 기능을 하던 활막세포에 돌연변이가 생겨 종양세포처럼 변하고 이때 주변 면역세포를 흥분시키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긴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발전시켜서 류마티스의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성질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했다.
–리더연구자로 선정되면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리더연구는 개인 연구자의 연구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리더연구의 가장 큰 장점은 9년에 걸쳐서 지원을 해주는 점이다. 연구자가 안정성을 가지고 오랜 기간 연구에 몰입할 수 있다. 앞서 9년 동안 연구를 하면서 연구실 직원들을 베테랑으로 키워냈다. 앞으로 9년 동안 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졌는데 앞서 9년 동안 길러낸 맨파워(인력)를 이용해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처음 연구를 할 때만 해도 연구실에 컴퓨터 둘 공간도 없었다. 첫 번째 리더연구를 거치면서 이제는 150평에 달하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실험동물(마우스) 사육 케이지를 운영하는 데만 1년에 2억원을 넘게 쓸 정도로 규모를 갖췄다. 연구에만 집중하면서 금전 부분이나 인력 부분에서 문제를 느끼지 않게끔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다.”
–리더연구 두 번이면 부담감도 클 텐데.
“연구자 한 사람이 거의 20년에 걸쳐서 18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는 건 드문 일이다. 그만큼 정말 열심히 연구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연구는 기반을 닦는 작업이었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모든 종류의 자가면역질환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마스터 유전자를 찾았고, 여기에 키메라 림프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키메라 림프구는 원래 면역 기능에 관련 있는 유전자가 아니라 세포의 이동성에 관련이 있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가 면역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알려진 적이 없는데, 앞으로 9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세포의 운동성과 세포의 면역이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규명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미 후보 약물은 확보한 상태다.”
–그동안 국내 연구가 외국을 따라잡았다면 이번 연구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 내용이다.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노벨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암도 항체를 개발한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았다. 암이 완치가 된 것도 아닌데 부분적인 원리를 규명한 것만으로도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 연구는 자가면역질환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마스터 유전자를 발견하고, 치료제까지 개발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노벨상에 근접한 연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임상의사면서 연구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비결은.
“우리 연구실의 강점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현장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기술이 나왔을 때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우리가 너무 잘 안다. 환자의 정보가 포함된 시료도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다. 이런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임상에 기초의과학을 접목하면 훨씬 더 발전의 여지가 크다고 본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예전에는 임상의사에게 기초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거부감이 있었다. 1987년에 창의연구단이 생기고 내가 2015년에 선정되기 전까지 임상의사가 한 번도 창의연구에 선정되지 못했다. 그 편견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임상의사가 기초의과학에서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은 갈수록 수익성 위주로 가고 있고 여건도 열악해지고 있다. 의대에서도 상위 1%가 연구자로 남지 않고 임상의사로만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MD(의학박사)에게도 충분한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도 보건복지부나 과기정통부가 여러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세계적인 의학자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환자를 봐야하는데 대전 IBS에 가 있어야 하는 식의 규정들이 많더라. MD의 기초의과학 연구를 지원하지 않으면 의대에서 기초의과학 연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노벨생리의학상 프로젝트를 추진해서 의대에 있는 실력 있는 MD에게 글로벌 리더연구 수준의 연구비 지원을 해주는 게 어떨까 싶다.”
–연구자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내 진료실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에게 내가 개발한 약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연구라는 건 압박이기도 하지만, 즐거움이기도 하다. 기대했던 결과물이 나오면 좋고, 안 될 때도 예상 밖의 결과물에 놀라기도 한다.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게 연구다. 이제는 실제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결실을 맺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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